국채를 대신할 안전자산으로 하버드, 프린스턴 등 미국 상위 대학교 채권이 뜨고 있다. 올들어 신용등급이 높은 상위 대학들이 채권을 적극적으로 발행해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압도적인 기금 규모를 자랑하는만큼 유동성 위험이 적고 미국 국채, 지방채 등 다른 채권보다 가격 매력은 높다고 분석했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대학교 채권 발행 규모는 100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발행규모가 30억달러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들어 발행액이 급증했다. 코로나19 타격이 극심해진 5월을 기점으로 채권발행규모가 늘었다. 1월부터 4월까지 월평균 7억9000만달러에 머물렀다가 5월 31억7000만달러, 6월 31억1000만달러로 이전 대비 네 배 가량 늘었다.

NH투자증권은 상위 대학들의 신용등급이 높아 이들의 채권이 국채를 대신할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프린스턴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컬럼비아 대학교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S&P 신용등급이 AAA 또는 AA+등급이다. 등록금과 기부금으로 현금이 꾸준히 현금이 유입돼 유동성 위험도 낮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 대학은 보유 자산이 절대적으로 많아 향후 경제 및 시장 변동성이 확대돼도 안정적”이라며 “이 대학들은 경제적, 정치적 중요도가 높아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상위 대학은 채권 발행에도 적극적이다. 상반기 대학교 채권 발행액의 95%가 AA-등급 이상 대학교에서 발행됐다. 김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학은 운영 예산의 30~40%를 자산 운용 기금으로 충당하는데 최근 수익률이 급격히 나빠졌다”며 “그럼에도 대부분 대학들이 지출 수준을 유지하고 싶어해 채권 발행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대학은 운용기금 중 대체 투자를 비롯한 위험자산 비중이 높지만 자산 배분 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순자산 수익률은 2017년 9%에서 2018년 6.1%, 2019년 2.7%로 하락 추세다.

가격 매력은 높다는 분석이다. 대학교 채권은 국채, 지방채, 투자등급 지방채 등 다른 채권에 비해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격차)가 확대된 상태다.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채권 가격은 낮아진다. 최 연구원은 “대학교 채권의 2020년 5월 이후 평균 스프레드는 최근 2년 평균보다 커졌다”며 “특히 장기채는 추후 채권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고 유동성은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