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적용된 대출상환 유예 조치가 금융회사들의 정보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나왔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금융당국이 유예조치 연장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여서 주목된다.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국내 신평사가 금융당국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코로나發 중소기업 '연명 대출'이 금융사 자산건전성 왜곡할 수도"
나이스신용평가는 16일 코로나19로 인한 금융권의 리스크(위험) 요인을 점검한 뒤 이같이 밝혔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 위기 상황을 감안해 지난 3월 금융회사에 기업과 가계의 기존 대출에 대해 6개월간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 덕분에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올 3월 말 기준 은행과 신용카드, 할부리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외견상 지난해 말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고 경기침체가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오는 9월 이후에도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위기 상황에서 결정된 한시적인 조치가 길어지면 정보 왜곡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과 가계 차주가 더 이상 차입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데도 금융회사가 지속적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이른바 ‘연명 대출’은 표면적으로는 정상 여신이지만 실질은 부실여신”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결국 왜곡된 지표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이 정책적 오판을 하게 되고 신용평가사는 적정 신용등급 산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