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증시에서 전통산업 대비 성장주의 강세가 정점이 달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달 들어 중국에서 전통산업과 금융주 중심의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이 신산업 중심의 선전지수 수익률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 그 시그널이라는 분석이다.

8일 유안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7월 들어 상하이지수 수익률이 선전지수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며 "최근 상하이증시의 강세는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기대감 등이 반영된 이유도 있지만 추세적으로 진행됐던 성장주 쏠림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달 들어 7일까지 중국 상하이지수는 12.1% 올라 선전지수 상승률 9.3%를 웃돌았다. 올해 4월 이후 선전지수가 32.2%, 상하이지수가 21.6% 상승했기 때문에 선전지수 오름세가 상대적으로 둔화된 게 자연스럽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장 추세 전환까지 언급할 급격한 변화인지는 봐야겠지만 전통 가치주 대비 성장주의 상대 강도가 과거 고점 수준까지 도달해 있기 때문에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전통 가치주 중심의 S&P500지수 대비 성장주 위주의 나스닥지수의 상대 강도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닷컴버블 시기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주에 대한 가격 쏠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레벨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성장주 상승의 동인이었던 주요국의 유동성 공급 속도도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 연구원은 "거시경제 여건의 빠른 개선을 확신하긴 어려운 상황이니 가치주로 눈을 돌리되 통화정책으로 인한 마진 여건 악화에도 방어할 만한 금융주나 사이클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반도체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