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R 시대가 열렸다
(上) 新 성장주의 질주 - 바이오

전기차·바이오 질주
그 뒤엔 PDR이 있다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 SK바이오팜은 공모가(4만9000원)의 두 배인 9만8000원으로 개장해 상한가(12만7000원)로 직행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 SK바이오팜은 공모가(4만9000원)의 두 배인 9만8000원으로 개장해 상한가(12만7000원)로 직행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가 세계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1일(현지시간) 시총 2072억달러(약 248조원)로 일본 도요타를 2위로 밀어냈다. 차 한 대 판 적 없는 수소차업체 니콜라의 시총은 포드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기존 지표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꿈의 기업’들이 랠리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기업도 이 랠리에 합류하고 있다. 2일 상장된 SK바이오팜은 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했다. 시총은 10조원에 육박하며 아모레퍼시픽 등을 제쳤다. SK바이오팜은 작년 매출 1239억원에 이익도 내지 못했다. 바이오 선두주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총은 50조원이 넘는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67배에 달한다.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의 PER은 11배에 불과하다. SK바이오팜과 삼성바이오 주가에는 신약 개발과 새로운 산업에 대한 꿈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이런 주식들의 랠리를 설명하는 단어로 증권가에 PDR(price to dream ratio)이 등장했다.

테슬라 주가에는 전기차, 자율주행, 우주 탐험 시대에 대한 사람들의 ‘꿈’이 반영돼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바이오 전기차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의 7개 대형주 ‘BBIG7’이 그런 주식들이다.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삼성SDI LG화학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7개 종목 주가는 급등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 투자는 항상 ‘꿈’을 사는 비즈니스였다”며 “경기 비관론이 커질수록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꿈’이 있는 주식의 가치는 더 오른다”고 설명했다.

■ Price to Dream Ratio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전통적 수단인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로는 설명할 수 없는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 꿈, 희망과 비교한 주가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셀트리온 PER 99배 넘어…1위 제약사 화이자는 11배 수준
삼바는 바이오업계 TSMC…의약품도 반도체처럼 위탁생산
찰리 빌레로라는 미국 투자자문사 대표는 니콜라가 나스닥에 상장한 첫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매출이 0달러인 니콜라 시가총액이 매출 1000억달러인 포드보다 큰 게 말이 안 된다.” 여기에 한 네티즌이 댓글을 달았다. “꿈 대비 주가 비율(PDR: price to dream ratio)을 보면 이 회사는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다.” 니콜라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삼바·셀트리온·SK바이오팜…미래를 먹고 자라는 '드림株' 떴다

주식시장은 모든 것을 숫자로 설명한다는 게 일반인의 생각이다. 하지만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일은 항상 벌어진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회사의 높은 주가가 대표적이다. 이를 설명하는 단어가 PDR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등을 대표하는 BBIG7 종목의 상승세는 설명이 쉽지 않다. 그중 바이오 업종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20배에 달한다.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에 맞서 바이오 생태계를 바꾸고 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 업체의 최종 목적지인 ‘신약 개발’ 영역에 도전하는 SK바이오팜이 대표주자다.
바이오시밀러의 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화이자를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허무맹랑한 얘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주가로만 보면 얘기가 다르다. 화이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11.42배에 불과하지만 셀트리온은 99.6배에 달한다. 투자자는 미래에 베팅하고 있다.

한국 제약산업의 출발은 한참 늦었다. 6·25전쟁 때 피란민들이 부산 국제시장에서 노점을 차리고 외국에서 들어온 ‘구호의약품’을 판매하며 시장이 형성됐다. 이후 제약산업이 발전했다곤 하지만 그 분야는 제네릭 의약품(화학의약품 복제약)에 집중됐다.

셀트리온은 여기서 한걸음 나아갔다. 화학의약품 복제약이 아니라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인간의 항체를 이용하는 바이오의약품은 화학의약품에 비해 가격은 훨씬 비싸고, 공정도 더 복잡하다. 1999년 일이다. ‘바이오시밀러’라는 개념도 없을 때였다. 10년간의 투자 끝에 셀트리온은 2013년부터 램시마(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허쥬마(유방암 치료제), 트룩시마(혈액암 치료제) 등을 내놨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회사가 됐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이 회사의 실적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들의 아성에 도전한 첫 바이오시밀러 업체라는 점에 주목했다.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은 글로벌 제약사의 ‘독점 구조’를 형성했던 제약업계 생태계를 바꿔놨다. 글로벌 1위인 화이자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희망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10년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삼성은 곧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바이오, 자동차배터리, 의료기기, LED(발광다이오드), 태양전지 등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 결과물이다.

당시 삼성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제조기술을 갖추고 있는 반도체로 쌓은 기술을 이용하면 바이오 사업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바이오수탁생산(CMO)은 대규모 설비 투자와 미세 공정 기술이 있다면 가능했다.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부터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7016억원, 영업이익은 917억원이다. 삼바 주가는 얼마 전 80만원을 넘기도 했다. PER은 167배에 이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에는 한국 제조업이 반도체 이후 새로운 성장 산업을 발견했다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신약으로 바이오 강국 완성되나
SK바이오팜에 대한 기대는 또 차원이 다르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바이오 신약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직접 판매허가를 신청해 승인받았기 때문이다. ‘꿈의 영역’이었던 신약 개발까지 가능해지면 한국은 신약 개발, 바이오시밀러, CMO를 모두 갖춘 바이오 강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한국 바이오 업체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시총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CMO 기업들이 글로벌 주류 제약사의 시총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고윤상/전범진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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