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몰리는 '착한 펀드'…폭락장서도 수익률 방어
글로벌 투자자금이 ‘착한 펀드’로 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와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펀드의 설정액이 늘었다. 이들은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등 미래 산업을 주도할 종목을 담은 덕분에 폭락장에서도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다.

○반등장에서 자금 유입된 ‘착한 펀드’

ESG 지표는 환경(environment)·사회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측정할 때 고려되는 비재무적 요소다. ESG 투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SRI와 비슷하지만 ESG에 따른 경제적 가치 창출을 더 중시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시가 저점을 찍고 반등을 시작한 지난 3월 말부터 현재까지 3개월간 국내 SRI 펀드 40개에 465억원이 유입됐다. SRI 펀드의 설정액은 3704억원이다.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에서 8368억원, 채권형펀드에서 1조1511억원이 유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 미국 투자정보회사 모닝스타가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펀드 시장에서 3847억달러(약 460조원)가 빠져나가는 동안 지속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457억달러(약 54조원)가 유입됐다. 유럽에서는 특히 기후변화, 친환경제품 등과 관련된 분야에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ESG 등급이 높은 기업군은 그렇지 않은 기업군에 비해 당기순이익과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2008년, 2012년 경제위기에 이어 이번 폭락장에서도 ESG 펀드는 벤치마크지수 대비 낙폭이 작았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방어 성공

국내 ‘착한 펀드’는 변동성 장세에서 수익률을 지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월 26일 기준 등록된 43개 테마 펀드 중 SRI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6%다. 코스피지수(-2.86%) 수익률을 소폭 웃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5.33%로 전체 테마 펀드 중 레버리지, 헬스케어, 4차 산업혁명 등에 이은 8위에 올랐다. 그중 코레이트주주성장타겟펀드(36.21%), 마이다스책임투자펀드(35.43%), 한화코리아레전드책임투자펀드(27.81%) 등은 코스피지수 상승률(26.59%)을 뛰어넘었다.
글로벌 자금 몰리는 '착한 펀드'…폭락장서도 수익률 방어
이들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에너지, 철강 기업 대신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등 미래 산업을 주도할 종목을 담아 코로나19 폭락장에서도 수익률을 지킬 수 있었다. 에너지 기업은 유가 하락과 주요국 봉쇄 조치로 주가가 폭락한 반면 IT 기업은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대두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코레이트주주성장타겟펀드가 보유한 나무가(47.14%), 마이다스책임투자펀드가 담은 엔지켐생명과학(77.11%), 한화코리아레전드책임투자펀드가 편입한 LG화학(67.27%)은 3개월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에서는 착한 펀드의 편입 종목이 일반 주식형 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위해 대형주를 편입할 수밖에 없고, 대형주가 중소형주에 비해 기업의 ESG 등급을 책정하기 수월하다는 게 운용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RI펀드 중 3개월 수익률 상위 3개 펀드는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공통적으로 담았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