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서 S&P500 선물에 대한 숏(매도) 베팅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현재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29일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주(6월15~6월19일) S&P500 선물에서 순매도 계약은 30만3000건에 달했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또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롱 포지션보다 하락을 점치는 숏 포지션 건수가 두 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 3월 초만 해도 5만5000건의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4월 셋째주부터 순매도로 전환된 이후 숏 강도는 더 커지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 같은 지수 선물 하락 베팅을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물시장에서 큰손들의 움직임이 증시의 향방을 알려주는 경우가 있어 이번 숏 베팅에도 시장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뉴욕 월가에서는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위험 수위까지 치솟아 2000년 닷컴버블, 2007년 금융위기 직전과 비슷한 분위기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달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8%가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고평가돼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3%는 3월 코로나19 폭락장에서의 반등을 "약세장에서의 랠리"라고 평가했고, "새로운 강세장"이라고 답한 사람은 37%에 그쳤다. 글로벌 경제 컨설팅업체 롱뷰이코노믹스도 최근 투자보고서에서 "분석 종목 중 80%가 역사상 최고 수준의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최고치"라며 "특히 정보기술(IT) 섹터의 쏠림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논란은 미국 만의 얘기는 아니다. MSCI세계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20배에 달한다. 한국 코스피 역시 12개월 선행 PER이 12배를 웃돌아 주가 고평가에 따른 부담론이 제기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