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는 ‘2등주 징크스’가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에 오른 종목은 5년 이상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물러나는 징크스다. 공교롭게도 내년에 시총 2위 5년째를 맞이하는 SK하이닉스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어 2등주 징크스가 되풀이될지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는 2016년 말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랐다. 당시 30조원이던 시가총액은 반도체 붐을 타고 60조원으로 늘었다. 시가총액 300조원대인 1위 삼성전자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시총 3위와 두 배 차이 나는 압도적인 2등주였다.

'시총 2등株 징크스' 되풀이 될까
올 들어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올해 SK하이닉스 주가가 8.6% 내린 사이 삼성바이오로직스(89.2%) 네이버(49.6%) 셀트리온(76.2%) 등이 급등한 탓이다. 현재 시총 3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다. 24일 현재 54조1891억원으로 SK하이닉스(62조6082억원)와의 격차는 8조4191억원에 그친다. 작년 말 39조8556억원 차이에서 급격히 줄었다.

증권가에선 2등주 징크스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시총 2위에 오른 종목은 4~5년 사이 2등주에서 탈락하고, 이상하게도 이후 빠르게 쇠퇴했다”며 “1999년 SK텔레콤, 2007년 포스코, 2011년 현대차 등이 시총 2위에 오른 뒤 이 같은 과정을 따랐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09~2011년 주가가 439.2% 올랐다. 2008년 말 8조7009억원이던 시가총액은 2011년 50조원대로 불어나 포스코를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랐다. 하지만 2016년 말 30조원대로 줄어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하더니 지금은 22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시총 순위는 11위에 그친다.

반도체주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지만 SK하이닉스가 시총 2위 자리를 방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와 비대면 등으로 산업 구조가 급속히 바뀌고 있는 데다 반도체 단기 업황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업계가 서버용 D램 생산을 늘렸는데 실제 수요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며 “3분기와 4분기 서버용 D램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새로 시총 2등주에 오른 종목은 한동안 상승세가 더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시총 2등주는 2위에 오른 뒤에도 6~9개월간 강한 상승세가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