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주춤하던 현대모비스가 주가가 소폭 반등했다. 배터리 셀 외에 대부분의 전기차 부품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확대 전략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23일 현대모비스는 4.89%(9000원) 오른 19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정 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배터리 연쇄 회동’에 나서면서 전기차 수혜주로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다. 정 부회장이 연이어 방문한 삼성SDI와 LG화학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배터리 업체란 공통점이 있다. 국내 기업 간 협업이 필요한 이유다.

배터리 이외에 대부분의 부품은 현대모비스 등의 그룹 내 부품사가 공급하고 있다.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오랜 기간 수직계열화를 통해 생산해왔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구동모터, 배터리관리시스템 등 배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현대모비스 전동화부품 사업부문도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1조원 수준이던 관련 매출은 지난해 2조8000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올 1분기에만 3만8000만대가량의 전기차가 팔렸다. 전년 대비 33% 늘어난 수치다. 유럽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확대되면서 현대차 코나EV, 기아차 니로EV 등의 판매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약 5% 수준이던 전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유럽시장 판매량 증가로 8%대로 높아졌다. 테슬라, 폭스바겐, 르노닛산에 이어 전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현대모비스의 밸류에이션도 높아지고 있다”며 “현대·기아차 전기차의 흑자폭이 확대되면서 현대모비스 전동부품 사업부도 내년 조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28만원으로 기존대비 27.9% 상향 조정한 상태다. 다만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인 것은 성장성에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