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이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주식 양도소득세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에게도 세금을 매기는 현행 증권 과세 체계를 주식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본 모든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방식으로 개편하자는 주장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1일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공평과세 원칙이 자본시장에도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과세 체계에서는 세법상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투자자는 주식 거래 시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대신 주식을 매도할 때 이익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세를 징수하는 방식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현행 증권거래세는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문제가 있다”며 “국제적인 증권거래세 폐지·인하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증권거래세 폐지로 인한 세수 공백은 주식 양도세로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주주 요건을 확대하는 것보다 보유 규모에 상관없이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말부터 대주주 요건이 종목당 보유액 10억원에서 3억원(코스닥 기준)으로 확대될 예정인데, 차라리 모든 투자자에게 전면적으로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현행 과세 제도상 연말 대주주 요건에 해당되는 투자자는 이익의 22%(지방소득세 포함)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이로 인해 연말마다 개인투자자 지분이 높고 시가총액이 적은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매도 물량이 대거 출회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의 간접적 양도세 도입은 실효성이 크지 않고 불필요한 시장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정책 개선 방안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와 서킷브레이커 제도의 효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파생결합증권(DLS), 상장지수상품(ETP) 등의 투자위험등급 체계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