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금융주가 27일 동반 급등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금융권에 미친 악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작고, 금융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계에서 오는 신용 경색 위험(리스크)도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지주 好실적에 주가 '축포'…외국인·기관도 순매수로 '화답'
하나지주 주가 상승률 역대 최고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나금융지주는 3900원(16.85%) 오른 2만705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11억원, 104억원어치 순매수한 영향이 컸다. 특히 외국인 순매수량은 지난해 6월 18일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하루 주가 상승폭으로는 하나금융지주가 상장한 2005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다른 금융지주도 이날 크게 반등했다. 신한지주는 10.50% 올랐고 KB금융(9.97%), 우리금융지주(6.11%) 등도 많이 올랐다. 이들 종목의 외국인 순매수액은 각각 299억원, 388억원, 8억원이었다. 기관도 각각 194억원, 349억원, 68억원어치 순매수해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그동안 금융주를 줄곧 사들인 개인은 이날 일부 물량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조정이 본격화한 지난 2월 17일부터 이달 24일까지 개인은 하나금융지주를 1404억원어치 쓸어담았다. 그러나 이날은 41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신한지주(-468억원), KB금융(-740억원), 우리금융지주(-79억원) 등에서도 개인은 일부 물량을 털어냈다.

실적 선방에 패시브 자금 몰렸다

외국인이 금융지주를 대거 사들인 건 코로나19 사태가 금융권에 미친 악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24일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각각 6741억원, 9495억원의 1분기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종목의 발표 직전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6240억원, 9033억원이었다. 하나금융지주는 컨센서스보다 5.1% 많은 순이익을 올렸고, 신한지주는 8.0% 초과했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은 상대적으로 부각됐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반등하는 와중에도 금융지주는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패시브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 심리 개선과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은 지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쪽으로 자금이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에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NIM)은 소폭 하락했지만 자산 증가를 통해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2분기 전망은 긍정 vs 부정 엇갈려

최근 금융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완화해준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에서 은행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은행의 고유동성 자산을 순현금 유출액으로 나눈 것)을 100% 이상에서 9월 말까지 85% 이상으로 한시 인하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렇게 하면 은행이 더 과감하게 가계·중소기업 대출을 할 수 있다.

금융주 상승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간 전망이 엇갈린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의 순환매(주가가 떨어진 종목을 돌아가면서 사는 것)로 주가가 오른 면이 있다”며 “이날 대규모 순매수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 은행은 유가증권시장 투자를 많이 하는 데 비해 국내 은행은 대출 비중이 월등히 높다”며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2분기까지도 실적이 선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은행이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연간 순이익 감소율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