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비우량 회사채에 해당하는 ‘BBB급’ 신용등급 채권이 이달 처음 발행됐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자금 집행에도 불구하고 연초와 비교해 1%포인트 넘는 이자를 더 얹어줘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위축된 투자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여신전문회사인 OK캐피탈은 지난 14일 100억원어치 1년 만기 금융채를 공모로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4.20%다. 지난 1월 21일 200억원어치 채권을 1년3개월 만기로 발행할 때보다 금액은 줄고 만기는 짧아졌다. 그럼에도 발행금리는 기존 연 2.98%에서 1.2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OK캐피탈은 OK홀딩스대부의 100% 자회사로 경기 민감도가 높은 할부금융, 리스, 부동산금융 사업을 하고 있다. 신용등급은 ‘BBB+’다.

OK캐피탈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직전에 BBB급 공모 채권은 키움캐피탈이 3월 20일 발행했다. 평균 발행금리가 ‘BBB+’ 등급 금융채 기준으로 지금보다 0.40%포인트 정도 낮을 때였다. 당시 키움캐피탈은 1년물 170억원어치 채권을 연 2.98%로 발행했다. BBB급 이하 제조업체 발행은 이달 들어 한 곳도 없다.

국내 약 60곳의 여신전문회사는 회사채 투자심리 위축과 대출자산의 부실화 우려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OK캐피탈은 채권 발행 전날 낸 투자설명서에서 “코로나19로 여신, 가계대출에서 상환 유예 요청이 몰려 자산의 현금 회수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높은 이자 비용을 치르더라도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다. OK캐피탈은 지난달부터 다음달까지 3개월 동안 2000억원의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작년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4237억원으로 장기차입금(2282억원)의 두 배에 이른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