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수지 기자
주코노미TV 나수지 기자입니다.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님 모시고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것 같은 유가 관련해서 여쭤볼게요. 지난 9일 OPEC 플러스죠. OPEC 국가들과 미국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여기서 (하루) 1000만배럴 감산을 하겠다고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직후에 유가는 9% 떨어졌어요.
[주코노미TV] 감산합의 효과 없다…"유가 18~23달러에서 지지부진할 것"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합의가 끝나기 전에 가격이 올랐던 것은 서로 회의를 하고 있으니까 여기서 틀림없이 합의가 날 것이라는 기대로 올랐구요. 합의가 된 다음 발표하는 과정에서는 1000만배럴이라고 하는 것만 나왔고 어느 나라가 얼만큼씩을 감산할건지에 대해서는 얘기가 안 나온거죠. 그렇게 되다보니까 (회의 진행 중에는) 계속해서 (유가가) 내려갔습니다. 전체적으로 합의가 됐으니 이제는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거를 생각해봐야합니다.

나수지 기자
1000만 배럴 감산 발표를 하고 9% 떨어진 것은 1000만배럴에 대한 실망감이 아니라 합의가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그렇죠. 완성체로서의 합의보다는 조금 미흡한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나수지 기자
그럼 하루 1000만배럴이라는 감산량 자체는 충분하다고 보시나요.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겠죠. 왜냐하면 수요가 감소하는 부분을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까?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세계적으로 항공기 운항이 거의 80% 넘게 줄어들었거든요. 3월달부터 미국은 자동차 운행 또한 30% 정도 줄었어요. 앞으로 여러 나라들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것도 상당히 줄어들잖아요.

줄어드는 것의 총합이 얼마만큼 될 것이냐가 문제거든요. 현재까지 예상으로는 대략 800만배럴에서 1200만배럴 정도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1000만배럴 (감산) 얘기가 됐잖아요. 만약에 1000만배럴보다 더 수요가 줄어든다면 그 밑에서 줄이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지금 수요가 3000만배럴인데 공급을 4000만배럴을 하건 3500만배럴을 하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똑같다고 봐야 되거든요.

또 1차 합의에서 1000만배럴을 줄였는데 그것보다 수요가 더 줄어들면 수요가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또 다시 회의를 열어서 얼마만큼 더 줄이자고 해야 되잖아요. 그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고 봐야됩니다. 이것에 대한 두려움도 상당히 작동을 했다고 봐야 합니다.

나수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1000만배럴에서 1500만 배럴을 감산 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더니 그 날은 유가가 급등을 했잖아요. 1000만배럴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최소치이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1000만배럴을 실제로 감산하겠다고 하니까 시장이 실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메시지 전달이 잘못된 것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첫번째 트위터에는 1000만배럴 얘기했다가 두번째 트위터에는 1500만배럴을 얘기했다 했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의 기대는 1500만배럴에 맞춰지겠죠. 합의를 하면서 나오는 숫자가 1000만배럴정도 되면 우리가 1500만배럴까지 예상했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잖아요.

이번 같은 경우 메시지 전달과 관리가 참 안 된다고 생각되는 것이 유가도 그렇지만 금리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메시지를) 잘 관리를 했다면 조금 (정책) 효과가 있었을 텐데 전달이 잘 안되다 보니까 3월 달에만 금리를 1.5%포인트 내려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도 마찬가지로 봅니다. 이번에 메시지 관리를 잘 못했기 때문에 1000만배럴정도 줄여놓는 것으로 일단 가야되는 거죠.
[주코노미TV] 감산합의 효과 없다…"유가 18~23달러에서 지지부진할 것"
나수지 기자
감산에는 성공했지만 유가가 상승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그렇죠. 유가가 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있어야 될텐데.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하고 사우디가 감산 합의를 원래 거부했었잖아요. 그러면서 가격이 내려갔는데. 왜 서로 감산 합의를 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합의가 안되고 계속해서 가격이 떨어지니까 시장에서는 미국의 셰일오일 기업들을 잡기 위해서라고 해석합니다. 가격을 계속해서 내리면 모두 정리가 되기 때문에 감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거든요. 일면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전략은 2014년~2015년에도 썼어요. 그런데 실패를 했던 거에요. 실패했던 전략을 또 다시 쓴다고 해석하는 것은 시장을 단순하게 분석한 것이라고 봐야합니다.

보다 큰 이유는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코로나 19로) 수요가 급하게 줄어들다 보니 어지간히 감산해서는 공급 우위를 해소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두 번째는 10여년 넘는 동안 유가를 유지했던 것은 역시 러시아하고 사우디가 계속 (생산량을 조절) 했었잖아요. 하지만 사우디와 러시아 입장에서 지금처럼은 유지할 수 없고 모두 감산에 들어 와야 된다는 것이죠. 산유국들이 어느 정도씩 모두 감산을 해야 효과가 있지 누구는 감산하고 누구는 안하면 공존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모두 다 끌어들여서 감산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잖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다 죽을 수 있는 정도까지 (가격을) 끌어내려서 모두의 위기의식이 굉장히 커지는 순간까지 만들어야 된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 증산까지 나서게 된 것입니다.

과거 반도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반도체도 회사가 굉장히 많을 때 (공급을) 모두 일정하게 줄이자고 해서 되는게 아니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한 사람도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가격을 전부 다 끌어내려서 죽을 사람은 죽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살고. 산 사람들끼리 또 합의를 하고. 이런 과정을 계속 거칩니다.

나수지 기자
셰일오일 업체들을 죽이기 위해서 사우디가 증산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포인트는 배럴당 40불에 맞춰지겠죠. 그런데 센터장님 말씀하신대로 뒤집어보면 모든 사람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면 지금보다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시는거죠.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그렇죠. 모두 합의가 돼서 의견이 일치하는 지점까지 간 다음부터 가격이 올라갈 거라고 (시장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제 석유 시장 가격에 대한 전망을 보면 2분기까지는 배럴당 $18에서 $23~$24 정도에서 머물면서 만약 합의가 되면 3분기부터 가격이 올라 오기 시작해서 4분기가 되면 $40위로 올라 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과정이라고 봅니다.

나수지 기자
그렇게 생각하면 2분기까지 원유에 투자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네 그렇죠.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습니까. 원자재는 주가처럼 그렇게 단순한 형태가 아닙니다. 원자재는 실제 사용하는 수요와 공급량이 있잖아요. 수급 균형이 한 번 어긋나면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어긋나게됩니다.

예를 들면요. 1973년에 제1차 오일 쇼크가 있었고 1980년대 제2차 오일쇼크가 있었잖아요. 1980년대에는 유가가 배럴당 $40까지 올라갔거든요. 1차 오일 쇼크 때부터 중동국가들이 석유를 개발하기 시작했잖아요. 2차 오일 쇼크 때도 개발했고. 공급이 늘어나면서 1982년정도부터 가격에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결국 1983년말이 되면 배럴당 $8까지 내려가거든요. 그 때 저유가여서 당시 3저호황도 있었잖아요.

배럴당 $8까지 내려갔던 것이 반등을 해서 $12까지 올라가거든요. (유가가) 12$부터 16$사이를 왔다갔다 하는게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면, 1985년부터 시작했던 것이 2000년 정도가 될 때 정도야 풀립니다. 그만큼 원자재 수급은 한번 어긋나면 다시 균형을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거나 변동이 안되거나 이런 모습이 많이 보이거든요.
[주코노미TV] 감산합의 효과 없다…"유가 18~23달러에서 지지부진할 것"
이번 같은 경우 $60에서 $20까지 갑자기 떨어졌기 때문에 그냥 보면 굉장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얼마만큼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는 별개 문제 입니다. 아주 낮은 가격일 때는 당연히 가격 원리가 있기 때문에 올라가는데 배럴당 $25, $27에서 유가 관련 투자를 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 제가 봤을 때는 미지수입니다.

나수지 기자
떨어졌다는 것 만으로는 매력을 갖기가 힘든 시장이다.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예. 실제로 사용되는 것들은 실제 수급이 있는 것이니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죠.

나수지 기자
알겠습니다. 2분기까지는 원유 투자에는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