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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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태워서 30프로 손절하고 나왔어요.”(네이버 아이디 gils****)
“너무 많이 물려있는데 장기투자 하면 그래도 수익이 나겠죠?”(네이버 아이디 gego****)

10일 네이버금융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글이다. 이날 이 토론방은 개인투자자들의 ‘한탄’으로 가득했다. 최근 한달간 개인이 1조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한 원유선물 ETN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당일 토론방에 올라온 글만 5000개가 넘었다. ‘전세자금을 넣었다’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고 “곧 다시 오를 것”이라고 기대를 붙잡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국내에 상장된 원유선물 ETN과 상장지수펀드(ETF)는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H)’ ETN은 15.50% 폭락했다. 레버리지 상품이 아닌 ‘KODEX WTI원유선물(H)’ ETF도 5.63% 하락했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을 포괄하는 ‘OPEC+’가 감산에 합의했지만, 감산량이 기대에 턱없이 못미쳤기 때문이다. OPEC+는 다음달부터 2개월간 원유 생산량을 일평균 1000만배럴씩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감산량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감소폭에 턱없이 못미친다.

이들 상품의 가격이 떨어진 원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레버리지 ETN의 경우 그동안 괴리율(지표가치와 시장가치 간 격차)이 너무 커진 것도 부담이었다. 이날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괴리율은 82.59%에 달했다.

반면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H)’ ETN(+13.65%),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ETF(+7.1%) 등 인버스 상품은 주가가 크게 뛰었다. 인버스는 기초자산인 유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이 나도록 만들어진 ‘청개구리 상품’이다.

최근 원유선물 ETN·ETF 투자자들의 수익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원유선물 시장이 극심한 콘탱고 현상(근월물 가격보다 원월물 가격이 높은 것)을 보이고 있는 것도 투자자에게 부담 요인이다. 원유선물 ETN·ETF는 매월 만기 전에 다음 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기초자산 근월물을 만기 시점에서 원월물로 교체하는 것)를 해야하는데, 콘탱고 현상이 심하면 롤오버 비용이 커져 상품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