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지금 국민주 열풍이 불고 있는 삼성전자는 치킨게임의 승리자다. 2010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반도체업체들은 치열한 가격 인하 전쟁을 벌였다. 각 업체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사실상 덤핑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버텼다. 다른 업체들이 줄줄이 항복하면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이 같은 치킨게임이 산유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공급자 우위였던 원유 시장에서 두 강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증산 경쟁에 나선 것이다. 미국 셰일 기업들이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뽑아내면서 공급 과잉이 빚어진 가운데 각국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수요도 격감한 상태다. 그 사이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셰일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상대방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 유가 전쟁은 다소 복잡하다. 국가 경제에서 원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양보할 경우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양국이 각각 왕위 계승(사우디)과 3선 개헌(러시아)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치킨게임의 결말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방향성은 위쪽보다는 아래쪽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