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한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주주권 행사 움직임이 강해지는 가운데 주식 한 주를 보유한 채 의결권을 공격적으로 행사하는 ‘행동주의 특수목적법인(SPC)’이 등장했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주주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상장사들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단 1株로 기업 압박하는 '행동주의 SPC'까지 등장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세워진 SPC인 동양SPV는 대림산업이 오는 27일 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가 상정한 모든 안건에 반대하겠다고 23일 공시했다. 대림산업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필름사업 물적분할,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을 안건으로 다룰 계획이다.

동양SPV는 대림산업 주식을 단 한 주 보유하고 있다. 동양SPV는 오는 27일까지 대림산업 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는 권유도 할 예정이다.

동양SPV는 특히 대림산업의 필름사업 분할 안건에 강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필름사업을 떼어낸 뒤 모회사이자 그룹의 정점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해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이다.

대림산업은 최근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PEF)인 KCGI는 지난해 9월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5%를 사들인 뒤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재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KCGI는 대림산업의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율(21.67%)이 다소 낮은 점을 파고들고 있다.

대림산업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12.29%)도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넣어왔다. 지난달에는 대림산업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꿨다.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 비핵심 자산 매각 요구 등 주주활동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대림산업은 이 같은 주주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대림산업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사회 내에 설치된 내부거래위원회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투명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주주들과의 소통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단 한 주를 보유한 동양SPV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져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대림산업의 필름사업 분할은 어디까지나 성격이 다른 사업을 떼어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대주주 지배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