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기준점' 중요
올해 초 ‘인셉션’이라는 미국 영화가 개봉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국내에도 상당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필자는 인셉션을 ‘생각과 의심’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는 아내 멜(마리옹 코티아르 분)에게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인셉션을 심어 놓는다. 멜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오히려 현실을 부정하고 끝내 자살을 선택한다. 코브가 심어놓은 인셉션이 의심이라는 싹을 틔웠기 때문이다. 이 의심이 한번 머릿속에 각인되면 쉽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영화 명대사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기생충은 생각이다’란 구절이 있다. 생각은 질기고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한번 머릿속에 자리잡은 생각은 바꾸거나 제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금융시장의 모습이 이와 비슷한 것 같다. 각 경제 주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중앙은행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만큼 중앙은행은 강력했고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믿음에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한 번 자리잡은 의심은 쉽게 투자자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마치 현실로 돌아온 멜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토템’이란 사물이 등장한다. 이는 현실과 꿈을 구별하기 위해 쓰는 일종의 개인 소지품이다. 지금 투자자들에게 이런 토템이 필요하다. 출렁거리는 시장 속에서 나만의 기준점, 그것을 통해 높은 파고를 헤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