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4월 만기 물량 최대…시장 냉각에 차환 여건 악화
4월은 기업 보릿고개…회사채 만기 '폭탄' 쏟아진다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이 늘어나는 4월이 다가오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기업의 회사채 만기 대응 부담이 큰 상황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12월이 만기인 국내 회사채 50조8천727억원어치 중 4월 한 달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6조5천495억원이다.

이는 역대 4월의 만기도래 물량 중에서는 금투협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1년 이래 최대치다.

지난해 4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물량 5조9천122억원과 비교해도 6천373억원(10.8%) 많다.

통상 4월은 연중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고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도 가장 크다.

올해도 월별 회사채 만기 물량 중 4월 만기 물량이 가장 많다.

신용등급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중 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 현황을 보면 BBB+ 등급 대한항공은 4월 만기 회사채가 2천400억원 규모다.

또 하이트진로(A·1천430억원), 풍산(A·1천억원), HSD엔진(BBB-·800억원), 하나에프앤아이(A·700억원), 하나자산신탁(A·700억원), SK건설(A-·560억원) 등도 내달 만기가 돌아온다.

회사채 만기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것은 그만큼 최근 수년간 기업들이 회사채를 많이 발행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공모를 통한 연간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16년 109조8천579억원, 2017년 144조238억원, 2018년 160조9천183억원, 2019년 170조1천82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저금리로 싸게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회사채 발행액이 늘었다.

또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돈도 회사채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

회사채는 국채보다 금리가 높아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한파에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회사채 수요가 위축돼 국내 기업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 신용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 스프레드가 연일 커지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일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신용 스프레드는 83.8bp로 2012년 2월 6일(85.0bp) 이후 8년여 만에 최대였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국고채보다 수익률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업은 보통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방식을 쓴다.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으나 회사채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차환 여건은 나빠지고 있다.

당분간 코로나19 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비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환경이다.

기업 신용등급 하향 기조도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은 자금 조달에 더욱 거센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으로 통화 가치가 하락해 신흥국 로컬 채권은 이슈가 완화할 때까지 약세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특히 정부 지원이 없는 민간 회사채 중 재무 상태가 취약한 투기등급 회사채의 유동성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