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유동성 공급 기대…증시 부양 효과는 '글쎄'"
채권안정펀드·증시안정기금, 얼어붙은 금융시장 녹일까
정부가 대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기금을 조성하면 투자심리 안정과 기업의 자금난 극복에 도움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회사채와 기업공개(IPO) 등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금융권이 공동 출자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고, 증시안정기금도 만들어 증시 회복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구체적인 펀드 조성 방식과 규모는 은행장 및 협회장 간담회를 거쳐 다음 주 2차 비상경제회의 때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에 나선 것은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줄줄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는 취지다.

최근 코로나19 한파를 맞은 회사채 시장에서는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AA등급 하나은행, BBB+등급 키움캐피탈, AA-등급 포스파워 등이 잇따라 모집 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회사채 발행도 감소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18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3조6천55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조9천428억원)보다 1조2천877억원(35.2%) 줄었다.

지난 18일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1.770%,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050%로 마감했다.

두 금리 차인 신용 스프레드는 72.0bp로 2012년 4월 24일(73.0bp) 이후 약 8년 만에 최대 수준까지 벌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채권시장의 신용경색과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됐다.

이번에도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면 기업 자금 조달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고 채권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계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어 이 기업들에 대해 자금 공급이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채권시장을 통한 긴급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한계 상황에 도달한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적으로 충격파가 번지는 것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나온 이후 채권 금리가 하락해 가시적인 효과는 거뒀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오늘도 금리가 많이 올랐다가 채권시장안정펀드 발표 나오면서 상승 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채권안정펀드·증시안정기금, 얼어붙은 금융시장 녹일까
증시안정기금도 최근 주가 폭락에 따른 주식시장의 과도한 불안이 실물경제와 경제 심리 위축으로 번지지 않게 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다.

앞서 정부가 지난 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으나 그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공매도 금지가 무색하게 코스피는 연일 급락해 시장에서는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증권협회와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자산운용협회 등 4개 기관이 5천150억원을 '증시안정펀드'라는 이름으로 조성한 적이 있다.

다만 증시안정기금이 당장 투자심리 안정이나 증시를 부양하는 극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증시안정기금이 즉각 투자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지금 주식시장을 끌어내리는 기본적 동력이 코로나19 불안과 미국의 영향이어서 증시안정기금이 주가 낙폭을 멈추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증시안정기금이 주가가 내려가는 기울기를 완만하게 하거나, 주가가 바닥에 도달하고서 반등할 때 좀 더 에너지를 강하게 모으는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처럼 시스템적 문제나 금융시장 유동성 환경에 문제가 있었으면 증시안정기금 같은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을 주가가 반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잡으려면 이에 대한 정책 지원이 먼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