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연일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생명보험업종의 구조적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로금리’라는 새로운 악재가 등장한 탓이다. 기나긴 조정 속에 한때 주당 1만원에 근접했던 한화생명 주가는 동전주(주가 1000원 이하)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리인하 악재' 직격탄…한화생명, 연일 신저가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생명은 90원(8.00%) 하락한 1035원에 마감했다. 지난 6일 이후 8거래일 연속 상장 후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며 한때 6조5227억원(2018년 1월 31일)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8989억원까지 추락했다. 올 들어 한화생명 주가 하락률은 55.19%에 달한다. 경쟁업체인 삼성생명(-47.32%) 동양생명 (-43.00%) 미래에셋생명(-25.15%)보다 하락폭이 도드라진다.

전문가들은 한화생명이 금리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을 필두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0.75%까지 끌어내렸다.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들의 운용자산 수익률은 낮아지고 보증준비금(변액보험 가입자에게 사망보험금과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 부담은 커진다. 저금리로 인한 운용자산 수익률 하락은 보험업계에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역사가 긴 한화생명은 운용자산 중 채권 비중이 크고, 확정금리상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수익성 악화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은 과거 고금리 시절에 판매한 확정금리상품이 전체 판매량의 57.9%에 달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은 지난해 4분기 신계약의 연납화보험료를 전년 대비 20%가량 늘리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올해 실적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탄탄했던 신용등급도 하향 위기에 몰렸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일 한화생명을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3~4개월 안에 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영 무디스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자본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보험판매 환경이 나빠졌음을 감안하면 당분간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한화생명의 신용등급을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다섯 번째인 ‘A1’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