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들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 의결권 위임장을 확보하고 나섰다. 경영권을 놓고 표대결을 벌여야 하는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와중에도…한진칼, 소액주주 가가호호 방문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해 대행사를 고용했다. 대행사 직원들은 작년 12월 26일 기준 한진칼 주식 수백 주 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집을 지난 7일부터 방문해 한진칼 쪽에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있다.

위임장을 써주는 소액주주에게는 작은 선물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때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찾아다녔지만 이번에는 한진칼 직원이 32명으로 수가 적다 보니 대행사 한 곳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구성된 주주연합 측도 한진칼 의결권 위임장을 받기 위한 아르바이트생을 다수 고용했다. 주주연합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을 교육하는 중”이라며 “권유를 시작하겠다고 공시한 날짜인 11일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전화 등 다른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것은 주주명부에 기재된 정보가 성명, 보유 주식 수, 주소 정도기 때문이다. 주총 때마다 의결권을 확보해야 하는 상장사와 증권사 등은 주주명부에 전화번호 등 다른 연락 수단을 기재하자고 주장해 왔지만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바이러스 전염의 우려가 있을 때도 전화 연락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코로나19 전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의결권 위임을 부탁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자투표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한진칼 이사회는 지난 4일 이번 주총에선 전자투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작년 주총에서 소액주주 가운데 KCGI를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소액주주들이 어느 쪽을 지지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올해는 조 전 부사장 영입 등으로 주주연합 측의 명분이 훼손됐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