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로 눌려 있던 주요 석유화학 종목들이 나란히 저점 반등하고 있다. 실적을 감안한 주가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져 있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닥 다지는 油化 "주가 금융위기 수준"
금호석유는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100원(6.62%) 오른 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효성화학도 2000원(1.85%) 상승한 11만원에 거래를 끝냈다. 금호석유와 효성화학은 올 들어 전날까지 각각 20.12%, 25.25% 빠졌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된 이후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화학 제품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를 만나 약세를 이어갔다. 화학 제품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생산 비용)는 불황기 수준보다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후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중국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에탄크래커(ECC) 등 석유화학 생산시설 증설 흐름은 석유화학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내 화학 제품 자급률이 오른다고 해도 2025년까지는 중국이 순수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예정된 중국 증설 중 70%가량은 한국 업체와 비교할 때 경쟁 우위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부양책도 업황 회복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현 주가 수준은 과도한 저평가 구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71배로 3개월 전(0.82배)에 비해 낮아졌다.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파산 위기 당시 수준이다. 한화솔루션과 효성화학의 12개월 선행 PBR도 각각 0.60배, 0.49배에 불과하다. 윤 연구원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