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얼마 전까지 사상 최고 행진을 하던 미국 S&P5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이 최근 급증해 고점에서 상품에 가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S&P500지수가 반토막 가까이 떨어지기는 어려워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S&P500 급락에…60兆 ELS 투자자들 '화들짝'
S&P500 ELS 발행 급증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P500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와 주가연계채권(ELB)은 지난해 4분기 21조원어치가 발행됐다. 유럽 유로스톡스50(16조4000억원), 한국 코스피200(10조2000억원), 일본 닛케이225(8조1000억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6조9000억원) 등 ELS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주요 지수 가운데 최대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짓눌린 가운데서도 S&P500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기초자산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작년 12월 한 달 동안에만 11조원어치가 발행되며 다른 기초자산 지수를 압도했다”고 말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S&P500 ELS 발행 규모는 지난해 61조원으로 2018년 40조원에서 53% 늘었다. 반면 상승세가 약했던 지수는 ELS 발행도 부진했다.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ELS는 2018년 50조원에서 작년 58조원으로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스피200 ELS 발행은 같은 기간 35조원에서 27조원으로 23% 줄었다.

“원금 손실 가능성 낮아”

S&P500 ELS는 올 들어 2월까지도 11조5000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지난달 19일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인 3386.15를 찍는 등 고공 행진을 하면서 기초자산으로서의 인기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었던 S&P500지수마저 코로나19로 고점 대비 12.5%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가 혼돈에 가까운 양상으로 급락하면서 손실을 우려한 ELS 가입자들의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신규 ELS 가입도 소강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S&P500지수가 고점일 때 가입한 ELS 투자자도 원금 손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한다. 전균 연구원은 “지수 ELS의 ‘녹인 배리어’(손실 기준선)가 대부분 50~60%대여서 손실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녹인 배리어가 50%라는 말은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점인 3386.15일 때 ELS에 가입한 경우 지수가 절반인 1693.08 밑으로 떨어져야 원금 손실이 발행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18일 발행된 NH투자증권의 ‘ELS 19187’이 이런 유형으로 S&P500지수 기준가가 3370.29로 높지만 녹인 배리어가 50%인 까닭에 지수가 1685.15로 떨어져야 손실을 입게 된다.

지금이 ELS 가입 적기라는 말도 나온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옵션 가격이 올라 ELS의 제시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수 조정으로 기준가도 낮아진다. 신규 ELS가 잘 안 팔려 증권사가 좋은 조건에 상품을 내놓을 유인도 커진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녹인 배리어 50%에 쿠폰 수익률이 6% 정도면 아주 좋은 조건”이라며 “이런 조건의 ELS가 나오는지 잘 살펴보면서 적극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