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25일(현지시간) 이틀째 폭락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이틀동안 7%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312%까지 하락해 2016년 6월(1.325%)에 세웠던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고, 30년물 수익률도 연 1.798%까지 내려가 전날에 이어 또 다시 최저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날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국채와 달러,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매수세가 엇갈렸다는 겁니다.

국채 가격은 급등(금리와 가격은 반대)했지만 달러와 금값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ICE달러인덱스는 이날 지난 13일 이후 처음으로 98대로 내려왔습니다. 금 가격도 이날 2.36% 떨어진 온스당 1637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어제 장 막판에 상승폭을 대폭 반납하더니 오늘은 아예 처음부터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팬데믹 가능성…투자자들 '현금' 확보 나섰나


월가 관계자는 "달러화의 경우 미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전파를 보게 될 것이며 이는 과연 발생할 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지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면 오후 3시40분께 다우 지수는 이날 최저인 955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팬데믹 가능성…투자자들 '현금' 확보 나섰나
그렇다면 금은 왜 하락했을까요?

월가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 팬데믹으로 확산된다면 무엇보다 현금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며 "금보다 환금성이 좋은 '캐시'를 확보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해야할 만큼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S&P500 지수는 2011년부터 따져 5거래일간 7%가 넘게 내린 적이 세번 있었습니다.

△2015년 8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 했을 때 △2018년 2월 변동성지수(VIX)가 폭등하면서 투매를 불렀을 때 △2018년 12월 미 중앙은행(Fed)의 지속된 금리 인상에 시장이 놀랐을 때 등입니다.

이들 세 번의 경우 지수는 모두 금새 반등했습니다. 20% 이상 하락을 일컫는 베어마켓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저가매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이 대표적입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겁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통신 칼럼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 언제 회복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는 기업과 국가 신용등급 하향을 부르고 회사채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가 신속히 잡히지 않는 한 중국 경제가 장기적인 어려움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팬데믹 가능성…투자자들 '현금' 확보 나섰나
실제 월가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단기에 그치치 않고 장기 침체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이날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연 1.5%로 전망하면서 아시아에서 팬데믹으로 발전하면 1.3%가 되고, 글로벌 팬데믹이 될 경우 -0.1%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지 아무도 모르고 Fed가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게 진정한 문제"라면서 "만약 증시가 낙폭과대에 의해 반등하더라도 뉴욕시에서 확진자라도 나올 경우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추가 폭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팬데믹 가능성…투자자들 '현금' 확보 나섰나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