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휩쓴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개봉한 지난해 5월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만 가지 생각’ 가운데 경제학의 관점으로 기생충에 접근한다면 어떨까. 주인공 가족의 가난은 영화의 설정일 뿐이지만 경제학의 돋보기를 들이대면 맥락이 보인다.

기택(송강호 분) 가족이 반지하에 살게 된 건 ‘대만 카스텔라’ 가게 투자가 실패하면서다. 가맹점 창업 유행은 벌꿀아이스크림에서 대만 카스텔라로, 또 핫도그로 옮겨가며 뜨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공급 과잉은 과당 경쟁을 부른다. 소비자의 변심이 맞물리면 다음 수순은 줄폐업뿐이다. 한 가지 업종에 창업자들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자산시장 과열을 경고하며 말한 ‘비이성적 과열’과 다르지 않다.

경제학자들의 오랜 연구 주제인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기생충엔 다양한 계층의 인물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계단’을 올라 상류층으로 가려고 하고 누군가는 선을 긋는다. ‘계층 사다리’를 둘러싼 갈등은 경제학자들이 답을 내놓으려고 애써온 주제들과 맞닿아 있다.

‘시네마노믹스’는 매주 토요일 영화에 담긴 경제학적 함의를 탐구한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넘긴 ‘극한 직업’을 통해서는 자영업의 현실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에선 기업화한 노동조합 문제를, ‘미안해요 리키’에서는 긱이코노미와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