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을 설명하는 이론들
기생충의 마지막 장면. 기우(최우식 분)는 돈을 많이 벌어서 박 사장(이선균 분)의 대저택을 사겠다고 다짐을 내뱉는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기우가 임금을 꼬박 모아 그 집을 사려면 547년이 걸린다”고 했다. 불평등에 대한 감독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백수 가족’과 부잣집인 ‘박 사장 가족’의 경제적 불평등은 계단이라는 상징으로 표현된다. 기우가 과외를 하러 박 사장 집에 갈 땐 끝없는 계단을 오르고, 홍수로 집이 잠겨 반지하 방으로 돌아갈 땐 끝없이 계단을 달려내린다.
소득불평등과 계층이동의 상관관계를 밝힌 개념도 있다. 마일스 코락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가 ‘대대로 이어지는 불평등’이라는 연구에서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상류사회에 입성하겠다는 의지로 뭉친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이름을 따왔다.
‘위대한 개츠비 곡선’은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세대 간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로축에 소득 불평등 정도를 알려주는 지니계수, 세로축에는 세대 간 소득탄력성을 표시해 국가별로 점을 찍으면 경향성이 드러난다. 2012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앨런 크루거가 소개해 유명해진 개념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