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에 공매도가 몰리며 주가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것이 빌미가 됐다.

HDC현대산업개발 '공매도 몸살'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은 150원(0.73%) 내린 2만350원에 마감했다. 회사 분할로 2018년 6월 새로 상장한 이후 최저가다. 지난해 46.78% 하락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올 들어서도 20.66% 내렸다.

증권가에서 보고 있는 적정 주가 2만4000~2만7000원을 한참 밑돌고 있지만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까닭은 지난달 10일 공시한 유상증자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2조101억원 가운데 4000억원가량을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이 2196만9110주로 기존 주식 수의 50%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다.

이후 공매도가 급증하며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평소 공매도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7%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달 13일부터는 평균 13.6%로 뛰었다. 지난 3일에는 23.1%로 치솟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로 신주 발행 가격을 내린 뒤 증자에 참여하면 쉽게 차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이를 제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4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항공 업황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이 큰 영향을 받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건설업만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가치를 평가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과 항공 자회사 매각 여부 등이 구체화돼야 적정 가치를 매길 수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주가가 바닥권인 만큼 다음달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반등을 시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금 주가는 일어날 수 있는 악재를 모두 반영한 수준”이라며 “이번 유상증자가 끝나면 주가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