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여파로 급락하면서 관련 투자상품 및 종목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구리는 제조업 전반에서 원자재로 사용돼 ‘산업의 왕’이라고 불린다.

최대 소비국 中 위축…구리값 11일 연속 하락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사태 확산에 따른 중국 제조업 경기 위축으로 구리 가격이 강하게 조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리 가격은 우한 폐렴 사태 이전부터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조정을 받았던 만큼 상황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면 반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구리선물(H)’은 30원(0.61%) 오른 4985원에 마감했다. 이날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달 20일 이후 KODEX 구리선물 주가는 10.02% 하락했다. 이날 장중 4910원까지 하락하면서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우한 폐렴 확산 이후 구리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선물 3개월물 가격은 지난달 16일 t당 6300달러에서 11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지난달 31일 t당 5569달러로 떨어졌다. 구리 가격이 11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은 런던금속거래소가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초다.

우한 폐렴 피해가 집중된 중국이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 산하 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산업용 금속 수요는 세계의 51%를 차지했다.

구리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신동(구리 가공)업체 풍산도 조정을 받았다. 지난달 20일 이후 풍산 주가 하락폭은 16.57%에 달한다. 구리 가격이 떨어지면 구리 가공업체는 미리 구매한 원재료 가격과 판매 시점의 제품 가격 차이에서 얻는 이익이 줄어든다.

풍산은 올해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 개선) 기대주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풍산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138.4% 증가한 946억원이다. 하지만 구리 가격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되면 영업이익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재승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중국 춘제 연휴는 종료됐지만 일부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번 주까지 휴무를 연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며 “중국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면 올해 1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던 풍산 등 글로벌 구리 제조업체들은 턴어라운드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후 사태가 완화될수록 구리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태 이전부터 구리 가격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미리 조정을 받았고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 전망도 여전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 발생 당시에도 구리 등 비철금속 가격은 조정을 받았지만 사태가 완화되면서 다시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구리 가격은 사태 이전 수준보다 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우한 폐렴 사태의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라며 “구리 등 산업용 비철금속은 위험자산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시장이 불안에서 벗어날수록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