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국내 증시를 덮쳤다. 한한령(한류제한령) 해제 등에 대한 기대로 연초부터 급등했던 화장품, 면세점 등 중국 관련 업종이 줄줄이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투자업계는 단기 변동성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훼손할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연초 韓 증시 이끌던 中소비주…'우한 폐렴'에 직격탄
1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 기록

28일 코스피지수는 69.41포인트(3.09%) 내린 2176.72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기술주 불안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2018년 10월 11일(-4.44%) 1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투자심리가 무너지면 일반적으로 개인이 투매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저가 매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지만 이날은 반대였다. 개인이 6686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232억원, 1924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설 연휴 기간 해외 증시 급락에도 국내 증시 휴장으로 반영되지 못한 악재가 한꺼번에 노출되면서 충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국 증시가 휴장한 2거래일(24, 27일) 동안 미국 S&P500지수는 각각 2.0%와 2.5%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5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낙폭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 하락은 선방에 가까웠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 위주로 차익실현 규모를 늘리면서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사태를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와 비교하면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 장기화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경우 국내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우한 폐렴은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는 데 25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사스(4개월 소요)보다 빠르다”며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내상을 입은 중국 경제가 돌발 변수로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산업생산 둔화로 ‘바오류(保六: 6%대 성장 사수)’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관측이다.

업종별로 희비 엇갈려

우한 폐렴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연초부터 상승세를 타던 아모레퍼시픽(-8.47%)과 호텔신라(-10.31%) 등 중국 소비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상승폭을 반납했다. MLB 브랜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올리는 F&F(-14.58%)도 급락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타격을 받았던 저비용항공사(LCC)도 ‘이중고’를 겪게 됐다. 여행객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로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은 이날 사상 최저가(2만1650원)까지 떨어졌다. 우한 폐렴 확산 우려로 인파가 몰리는 장소가 기피 대상에 오르면서 백화점 등 유통주와 CJ CGV 등도 급락했다.

반면 마스크·백신 제조업체 등은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로 상승세다. 모나리자와 깨끗한나라 등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이날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반도체처럼 우한 폐렴으로 인한 직접적 영향이 적은 업종은 조정 국면에서 비중을 늘릴 기회라는 조언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반도체 관련 종목의 하락은 경기 둔화 우려보다 연초 이후 가파른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목적으로 보인다”며 “4차 산업혁명과 상관관계가 높은 IT 업종은 중장기적인 상승세로 향후 반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