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1년여 만에 신한금융지주를 밀어내고 금융(은행)업종 대장주 지위를 되찾았다. KB금융은 작년 말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 상승에 시동을 걸며 한때 3조6000억원대까지 벌어졌던 신한지주와의 시가총액 격차를 최근 급격히 줄였다. 두 회사는 2017년 이후 시총 규모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 다툼을 벌여왔다. 신한지주도 이달 최대 3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할 예정이어서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두 금융지주 간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KB·신한지주 자사주 소각 경쟁
'금융 대장株' 1년 만에 되찾은 KB금융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날 종가 기준 시총이 19조8964억원을 기록해 신한지주(19조8453억원)를 따돌리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13위에 올랐다. 이로써 KB금융은 지난해 1월 22일 신한지주에 금융업종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지 약 1년 만에 이를 되찾았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2017년 6월 이후 시총 1위 자리를 놓고 수차례 엎치락뒤치락 해왔다. 2010년 11월 25일 이후 신한지주에 줄곧 밀렸던 KB금융은 당시 약 7년 만에 시총 1위를 탈환했다. 현대증권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완전 자회사 편입도 앞둔 시기였다. 그러나 2018년 10월 31일 다시 1년4개월여 만에 신한지주에 1위 자리를 뺏겼다. 지난해 1월 말까진 서로 시총 1위 자리를 뺏고 빼앗기는 국면이 이어졌다. 그러다 작년 신한지주가 격차를 크게 벌리며 1위가 굳혀지는 듯했다.

상황을 다시 바꾼 것은 지난해 12월 KB금융의 자사주 소각이었다. KB금융은 작년 12월 12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230만3617주 소각을 완료했다. 국내 은행지주회사 가운데 처음이다. KB금융은 “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 적극적인 주주 환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KB금융 주가는 최근 몇 달 동안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8월 3만8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12월 13일 5만원을 찍었다. 15일엔 유가증권시장에서 50원(0.1%) 오른 4만7900원에 장을 마쳤다.

1위를 빼앗긴 신한지주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반격을 꾀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이르면 이달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356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지주는 오렌지라이프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지분 인수가 양측 주주들에게 피해로 돌아가지 않도록 주식 가치 하락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적 개선에도 고개 숙인 은행주

KB금융을 제외하고 은행주 주가는 최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만2000원 안팎을 보이던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1만750원(15일 종가 기준)까지 떨어졌다. 하나금융지주도 작년 12월 3만8000원대에서 최근 3만5000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 26일 4만5750원이었던 신한지주 주가는 4만1500원으로 9.2% 떨어졌다.

연초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배당락 이후 커진 투자 기회비용 외에도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등이 꼽힌다.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등 불완전판매 악재도 겹쳤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