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원 규모의 라임 환매중단 사태로 인한 피해는 펀드 수익자뿐 아니라 라임 투자종목 주주, 거래 증권사 등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라임 투자종목 주가는 ‘묻지마 손절매’ 전환사채(CB) 물량에 짓눌려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서둘러 라임과 파생거래(TRS·총수익스와프)를 종료하면서 물량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라임 측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했던 40개 종목 가운데 31개 종목은 라임 투자를 받은 이후 주가(10일 종가 기준)가 떨어졌다. 28개 종목은 하락률이 20%를 넘고, 18개 종목은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리드 폴루스바이오팜 하이소닉 바이오빌 한류타임즈 등 8개사는 퇴출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돼 있다.

거래 중인 상장사 중에선 동양네트웍스(-92.34%) 슈펙스비엔피(-85.83%) 등의 하락폭이 컸다. 에스모 에스모머티리얼즈 동양네트웍스 슈펙스비엔피 등은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CB가 대거 전환되면서 손절매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라임과 TRS 계약을 맺고 함께 사들였던 증권사 보유 물량까지 매물로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KB증권은 ‘라임 플루토 펀드→포트코리아 런앤히트 펀드→라임 테티스 펀드’로 이어지는 다중 TRS 계약을 맺고 최대 6300억원 안팎의 유동성(대출)을 공급해왔다. 메자닌(주식과 채권 중간 성격) 투자펀드인 테티스에만 2800억원 가까이 대출했다. 부실 CB를 담보로 인정해 무리하게 대출해줬다가 상당한 손실 위기에 직면해 있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에 물려있는 900억원을 포함해 전체 15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노출돼 있다.

다른 증권사의 도미노 피해도 우려된다. KB증권이 에스모 주식을 담보로 맺은 TRS 계약을 넘겨받은 NH투자증권은 예상치 못한 반대매매가 터지면서 사흘 만에 90억원 손실을 봤다. 이 밖에도 10여 곳 증권사들이 라임 투자종목 주식담보대출 등에 나섰다가 수십억원씩 물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