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개입을 본격화하는 길을 열면서 국민연금의 입김은 한층 커졌다. 하지만 막강해진 권한을 행사하는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는 외면하고 있다.

기금위는 714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당연직 위원인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 5명, 연금 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촉위원 14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촉위원은 경영계 추천 3인, 노조 추천 3인, 지역가입자 단체(자영업, 농어업, 시민단체) 추천 6인, 전문기관 2인으로 구성된다.

20명의 기금위 구성원 가운데 정부 인사만 6명이다. 경영계 위원 3명을 제외하면 절대다수 위원이 친정부 성향 인사로 구성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개입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는 것도 이번 지침의 한계로 지적된다. 기금위 산하 전문위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 손해배상책임 의무를 지우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설령 통과되더라도 해당 전문위원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을 때만 처벌하겠다는 내용이어서 국민연금의 잘못된 주주권 행사로 인한 책임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금 전문가는 “현 정부 들어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