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내년 조직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투자자가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내년 조직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투자자가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 컨설팅을 했더니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당장 돈 버는 것과 관계없는 이런 분석에 사람들이 관심이 있겠냐’고 걱정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 미래산업 등에 대한 장기 투자 컨설팅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를 먼저 실행해 반응을 확인한 거죠.”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47)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증권사들이 기존에 많이 하는 종목 분석이 아니라 장기 투자방향을 연구하는 장기전략리서치부를 올초 신설했다”며 “기관투자가나 고액자산가는 더 깊게, 더 멀리 내다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수요와 맞아떨어지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대적 환경에 따라 리서치센터의 역할도 변해왔는데 지금은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 근본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 센터장은 1999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신증권에 입사해 지금껏 이직 없이 일해온 정통 ‘대신맨’이다. 2012년 리서치센터 소비재그룹장, 2017년 리서치센터 전략리서치팀장 등을 거쳤고 올초 리서치센터장에 임명됐다. 그는 “최근 증권가에는 리서치센터를 ‘비용만 쓰는 부서’라고 여기는 시각도 있는데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투자자가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위기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리서치센터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안전자산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최근 금 펀드의 수익률이 나빠지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가격이 하락하는 등 당시 추천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 센터장은 “긴 호흡으로 보면 안전자산 비중 확대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약 20년 전에 은퇴 시점을 맞았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안전자산 수요가 늘었고, 이런 흐름이 관련 자산의 가격을 밀어 올렸죠. 한국도 단기적으로는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시점을 맞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런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의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는 2100~2480이다. 반도체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게 이런 예상의 근거다.

단기적으로는 리스크(위험)가 큰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등 유연한 대응을 하는 것도 좋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런 대응도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큰 위기가 해소된 게 아니라 소강 국면을 맞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2600까지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올해 겪은 것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소련을 꺾은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꺾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이르면 차기 미국 대선 때부터, 늦어도 2021년에는 큰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위험 자산 비중은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줄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부작용을 낳은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리서치센터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최근 고액 자산가로부터 심도 있는 유료 투자컨설팅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다는 요청이 부쩍 늘었다”며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신규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