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19일 오전 4시22분

[마켓인사이트] 하림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낸다
닭고기 전문 기업인 하림을 핵심 계열사로 둔 하림그룹이 지배구조 재편에 분주한 모습이다. 계열사 간 지분 이동과 합병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서도 일부 계열사에 집중된 그룹 차원의 신규 투자 부담을 분산시키려는 김홍국 회장(사진)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룹의 핵심 사업인 축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데다 신(新)성장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 당분간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마켓인사이트] 하림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낸다
계열사 넘기고 합치고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 계열사 하림식품과 하림산업은 다음달 1일 합병한다. 하림그룹의 계열사인 NS쇼핑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하림식품은 유통업과 부동산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하림산업은 조미료와 식품 첨가물을 제조한다. 하림그룹은 이들 계열사 합병이 사업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림지주는 지난 8일 하림이 갖고 있던 하림USA 지분 전량(108만1557주)을 219억원에 매입했다. 하림USA는 미국에서 닭고기 사업을 하고 있지만 닭고기 시세 하락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IB업계는 하림지주가 하림USA를 직접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업황 부진과 대규모 투자로 고전하고 있는 하림의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계열사 출자와 정리도 잇따르고 있다. 하림지주는 지난 9월 계열사 HS푸드에 200억원을 출자해 지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HS푸드는 즉석밥 생산을 위해 하림지주와 일본 쌀 가공 전문 기업인 신메이홀딩스가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앞서 지난 6월엔 양돈업을 하는 자회사 한사랑 지분 27.9%(5만200주)를 전량 매각해 계열사에서 제외했다.

흔들리는 주축 사업

하림그룹은 그룹을 떠받치던 축산 부문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하림은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461억원 순손실을 냈다. 공급 과잉으로 닭고기값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업계 내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하림그룹 사업은 크게 축산(사료, 돈육, 육계, 육가공 등), 유통(홈쇼핑), 해운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하림그룹 전체 매출 중 축산 부문은 약 54%를 차지해 가장 컸고 유통과 해운이 각각 7%, 39% 안팎을 점유했다. 축산 부문의 실적 악화가 그룹 전체의 이익창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림그룹은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계속하고 있다. 육계 가공 공장과 사료 공장을 증축하고 가정간편식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14년 말 7612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은 올 상반기 말 3조2500억원으로 불어났다.

‘효자’ 계열사 된 팬오션

그나마 2015년 인수한 팬오션이 좋은 실적을 내면서 그룹의 재무구조 악화를 일정 수준에서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팬오션은 올 3분기 매출 6822억원, 영업이익 63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증권사들의 전망치(608억원)를 웃돈 ‘깜짝 실적’이었다.

그룹에서 차지하는 팬오션의 이익 기여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하림그룹 매출에서 팬오션이 차지한 비중은 39% 안팎이지만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은 56% 안팎을 차지했다. 팬오션이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팬오션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식품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당분간 하림그룹의 재무 부담은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 과정에서 계열사 간 지분 이동 같은 지배구조 변경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