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이 올해 3분기에 사상 최악의 실적 시즌을 보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은 41.3%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 도입한 2012년 이후 최악이었다. 유가증권시장 17개 업종 가운데 13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줄었다. 업황이 악화된 반도체 외에도 항공, 철강, 화학, 조선 등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산업은 물론 개별 기업들의 이익이 줄줄이 감소했다. 증권가에선 3분기를 끝으로 가파른 이익 감소세가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 갈등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불투명하고 세계 경제에 뚜렷한 성장 엔진이 보이지 않아 실적 개선세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부진 여파 지속

반도체 침체 지속…3분기 영업익 20兆 '증발'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79개사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27조83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조4045억원)보다 41.3%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2~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반도체 부진의 영향이 가장 컸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7조77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7% 줄었다. SK하이닉스는 4626억원으로 같은 기간 92.7% 감소했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은 이 기간 15조7969억원 줄어 579개 상장사 영업이익 감소분(19조5684억원)의 80.7%를 차지했다. 반도체 두 기업을 뺀 상장사 3분기 영업이익은 19조58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조3572억원)보다 16.1% 줄었다.

지난해 반도체 기업들이 워낙 많은 돈을 벌어들여 올해 이익 감소 규모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다른 기업들도 장사를 잘한 것은 아니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63.9% 줄어든 전기전자 업종 외에도 운수창고(-42.0%), 철강금속(-36.8%), 화학(-26.2%), 운수장비(-18.0%), 통신(-14.6%), 비금속광물(-13.9%), 전기가스(-10.6%) 등의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줄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 분쟁에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업종이 모두 부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의복(14.9%)과 의약품(8.9%), 음식료품(5.8%), 유통(4.6%) 등 4개 업종은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이들 업종의 영업이익은 다 합쳐도 2조8182억원에 불과해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기엔 역부족이었다.

5%대로 떨어진 영업이익률

버는 돈이 줄면서 상장사들의 재무 상태도 나빠졌다. 579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3분기 말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109.4%로 지난해 말(104.5%)보다 4.9%포인트 높아졌다.

영업이익률(매출/영업이익)은 5.5%로 지난해 같은 기간(9.3%)보다 3.8%포인트 떨어졌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장사 영업이익률은 2012~2015년 4~5%대에 머물다 2016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8%로 올라섰지만 올 들어 다시 5%대에 머물고 있다.

실적 악화는 흑자·적자 전환 기업 수에서도 나타났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58개 상장사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올해 3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적자 전환 기업은 65개사로 이보다 많았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3분기 175억원 흑자에서 올해 3분기 442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대한항공(-2514억원), 아시아나항공(-2325억원), KCC(-946억원) 등도 대규모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실적 악화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만큼 올해 4분기부터 반등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줄면서 5분기 연속 이익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기저효과로 감소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