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가 연일 급등하면서 이 종목의 하락 가능성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주가 상승분이 고스란히 손실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포에 질린 일부 공매도 투자자들이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매수하는 것)으로 ‘태세전환’에 나선 게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이치엘비의 전날 기준 공매도 잔액은 6670억원으로 코스닥 종목 중 최대였다. 두 번째로 많은 셀트리온헬스케어(3264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8월 말까지 공매도 투자자들의 ‘밥’이었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7만~8만원에서 움직였던 에이치엘비는 8월 초 2만4100원까지 주저앉았다.

지난달 에이치엘비가 자체 분석 결과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할 무렵 공매도도 급격히 증가했다. 에이치엘비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4.1배 뛰었고, 공매도 잔액은 이 기간에 2.7배 늘어났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과거처럼 에이치엘비가 단기 급등한 뒤 다시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리보세라닙을 다룬 논문이 유럽종양학회(ESMO) 베스트 논문에 선정되고, 엘리바 인수를 추진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투자자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크레디트스위스 등 대부분 외국계 투자은행(IB)이다. 최근 한 달간 공매도 거래 평균 체결가는 8만6385원이었다. 이 기간에 공매도한 주식을 이날 종가(18만800원)로 쇼트커버링했다면 109% 손실을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8월 초까지 기간을 늘려보면 평균 체결가는 4만8151원까지 낮아지고, 손실률은 275%로 늘어난다. 여기에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수수료와 거래세까지 약 3~4%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일부 공매도 투자자는 쇼트커버링에 나섰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에이치엘비를 158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중 상당 규모는 쇼트커버링 물량으로 추정된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