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반도체 업황이 저조했지만 실제 투자 성과에서는 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만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었어도 올해 시장 수익률을 간단히 이길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4조원과 2조원 가까이 순매도해 수익률 개선 효과를 누리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ETF, 수익률 상위 '싹쓸이'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반도체주 비중이 큰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ETF 가운데 수익률 상위를 싹쓸이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반도체’가 각각 24.2%(8일 기준)로 1위에 올랐다.

해외 주식형 ETF로 범위를 넓히면 중국 CSI300 ETF와 미국 나스닥 ETF 등 올해 수익률이 30%를 넘는 ETF도 있지만, 미국 S&P500지수(16.5%)와 코스피지수(-0.6%) 상승률을 한참 웃도는 성과다.

반도체 ETF는 아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많이 담은 ETF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량주에 투자하는 ‘KODEX MSCI퀄리티’는 올해 15.1%, 대형주 10개만 투자하는 ‘TIGER TOP10’은 12.5%의 수익률을 올렸다. 반도체주를 포함해 정보기술(IT)주에 투자하는 ‘KODEX IT’와 ‘TIGER 200 IT’도 각각 14.6%와 12.1%였다. 이들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비중이 40%가 넘는데, 올해 삼성전자가 25.5%, SK하이닉스가 30.6% 오른 영향이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반도체주의 영업이익이 많이 깎였지만 4차 산업혁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업황이 살아날 수 있는 기대가 주가의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담고 있어도 미국 S&P500지수에 투자한 것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지만 개인은 반대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올 들어 삼성전자를 4조2347억원, SK하이닉스를 1조893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조9798억원, SK하이닉스를 1조3522억원어치 순매수해 가장 큰 수익률 개선 효과를 누렸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증권가에선 내년에도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고로 인한 감산과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일단락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가 불안하지만 데이터센터 투자 회복과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로 내년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재고는 올해 초보다 5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장 낸드 가격이 4분기부터 반등할 수 있다”며 “업황 회복 기대로 반도체주의 상대적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