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기금과 공제회 등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 연기금과 비교하면 해외 투자 비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말 기준 353조6000억원 규모 보유 채권 가운데 90.1%인 322조2000억원을 국내 채권으로 들고 있다. 보유 주식 자산 266조4000억원 중 국내 주식 비중은 43.5%에 달한다. 국내 대체투자까지 합치면 전체의 66.5%가 국내 자산이다. 자산 규모 704조원으로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는 국민연금이 세계 증시에서 2%가 안 되는 국내 시장에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우물 안 고래’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2040년 전후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이 나 자산을 매각해야 할 때 금융시장의 충격과 자산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내 최대 공제회인 교직원공제회 역시 26조2097억원의 운용자산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14조7823억원이 국내에 투자돼 있다.

캐나다공적연금(CPP)은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을 2013년 7.2%에서 지난해 말 1.9%로 낮췄다. CPP는 해외 투자자산 비중을 1999년 0%에서 지난해 85%로 확대했다. 노르웨이국부펀드(GPFG) 역시 유럽 투자 비중을 2013년 44.8%에서 작년 말 34.1%로 줄였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보다 낮은 연간 수익률(-0.92%)을 낸 것도 과도하게 높은 국내 주식 비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서 16.9%(22조6000억원) 손실을 봤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경기 변화에 민감한 수출 의존 제조 분야 대기업에 집중된 탓이다. 글로벌 업종과 기업 투자를 적극 늘려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확대 역시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7월 말 기준 11.5%로 올해 목표인 12.7%를 크게 밑돌고 있다. CPP는 최근 5년 사이 대체투자 비중을 29.3%에서 58.7%로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 유동성이 높아지고 가격이 상승하는 데 빠르게 대응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말 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조정받는 가운데서도 CPP는 연간 8.4%의 수익을 거뒀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수익률을 연 1%포인트 높이면 연금 고갈 시점을 5년가량 늦출 수 있다”며 “수익률을 올리려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