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VC) 운용회사들은 일찌감치 해외 투자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국내 창업생태계에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자본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해외로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해외로 눈 돌리는 토종 벤처캐피털·사모펀드…아시아 집중 공략
국내 최대 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인도 등 다양한 지역의 벤처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핀란드 모바일 게임회사 시리어슬리, 베트남 모바일 게임사 아포타, 이스라엘 바이오기업 엔리벡스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6개 도시에 지역 사무소를 설치했다. 지금까지 해외에 6600억원을 투자해 600억여원을 벌어들였다.

중견 VC인 인터베스트는 동남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 인도네시아가 주무대다. 그동안 투자한 46개 동남아 기업 중 30곳이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었다. 핀테크(금융기술)기업 C88을 비롯해 물류기업 씨쯔팟 등이 인터베스트의 자금을 받았다. 해외 누적 투자금액은 700억여원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중국 투자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2년간 중국 현지 24개 기업에 1억달러(약 118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유유춘, 온라인비디오업체 피피스트림, 데이팅 앱(응용프로그램)업체 탄탄 등에 대한 투자는 이미 회수에 성공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중국 내 외국계 VC 순위에서 4년 연속 50위권에 포함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SV인베스트먼트가 미국과 중국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해외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모펀드(PEF)는 VC에 비해선 다소 늦었다. 2004년 국내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되긴 했지만 그동안은 국내 시장에서 큰돈을 벌어나가는 글로벌 PEF의 대항마 성격이 강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글로벌 PEF와 겨룰 만큼 성장해 토종 PEF도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 PEF가 장악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대신 아시아를 공략처로 정했다. 2008년 홍콩, 대만, 베트남, 중국 상하이 등에 사무소를 열었다. 현지에 인력을 보내 시장 이해도를 높이고 네트워크를 쌓아나갔다. 해외 누적 투자금액이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도 전략적투자자(SI)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로 투자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IMM PE는 2016년 CJ CGV가 터키 영화관 체인업체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때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자금을 댔다.

김채연/유창재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