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시중금리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만기에 따른 채권 금리를 표시한 수익률 곡선도 현재 장·단기 금리 차가 거의 없는 평평한(플래트닝) 상태에서 다시 우상향하는 쪽으로 정상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기준금리 더 내려도 시중금리 큰 폭 하락 없을 것"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1년 만기 국고채와 10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 차는 0.161%포인트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 0.5%포인트 안팎이었던 금리 차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축소돼 오다가 지난 7월 말부터는 급기야 마이너스로 전환됐으며 8월 중순부터 다시 플러스로 돌아선 뒤 현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률 곡선도 플래트닝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수익률 곡선은 투자자의 유동성 선호나 위험 회피 성향 등을 감안해 우상향하는 게 정상이지만 향후 경기침체 등이 예상될 경우 장기 채권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플래트닝 또는 우하향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은이 내달 17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이 같은 수익률 곡선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은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며 “시중금리가 이미 기준금리(현재 연 1.5%)를 밑돌고 있는 만큼 내달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이어 “한은은 이번 인하 이후에는 내년 초 정부 정책 효과를 확인한 뒤 통화 정책을 수립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채권 시장에서도 금리 하락세가 촉발되기보다 관망 움직임이 우세하게 나타나면서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최근 금리 움직임을 살펴보면 2012년 하반기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그때나 지금이나 금리 인하 사이클의 초입 국면에서 채권 금리는 시장 참여자의 기대를 선반영해 가파르게 하락한 뒤 추가 인하가 이뤄지면 박스권에 갇히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2년 7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로 인하하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보다 낮은 연 2.76%까지 내려갔고 10월 추가 인하가 단행된 이후부턴 연 2.75~2.85%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1분기 금리 추가 인하 기대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15~1.30%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