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아시아 신흥국 중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주요 금융투자사의 한국에 대한 투자 의견이 대부분 부정적인 가운데 나온 뜻밖의 보고서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댄 파인맨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식전략 대표가 발표한 ‘아시아 시장 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을 아시아 국가별 순위의 최상위로 올렸다고 17일 밝혔다.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 증시는 지난달 3위였다가 이번에 1위로 뛰어올랐다. 투자 의견은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바꿨다.

파인맨 대표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CS의 한국 기술 분야와 반도체산업에 대한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라며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과 관련된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 확대와 재고 축소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반도체 정유 화학 업종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한국 증시의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수) 전망치 하향 조정 추세가 곧 끝날 것”이라며 “내년에는 한국 상장사 실적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증시를 짓눌러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관해서는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파인맨 대표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지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아시아 수출 감소율이 바닥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한국 다음으로는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홍콩·중국 순으로 투자 매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인도와 태국에 대해서는 “투자 비중을 낮추라”고 권고했다.

세계적 신흥국 전문 투자자인 마크 모비우스 모비우스캐피털파트너스 설립자도 16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한국에는 매우 좋은 기업이 많다”며 “신흥국 중 한국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