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으로 발생한 영향으로 증시에 상장된 관련 종목들이 17일 일제히 급등했다. 실적에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역업체는 물론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제기되는 육계·수산·오리 관련주까지 상당수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실적개선 효과를 볼 종목은 극소수인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돼지열병 테마주 대거 상한가로

이날 증시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된 12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정부가 위기대응 상태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방역 작업을 강화함에 따라 방역 작업 관련 종목들이 직접 수혜를 입을 종목으로 부각됐다.

백광소재는 방역에 쓰이는 생석회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에 상한가를 쳤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은 농장 주위에 생석회 분말을 뿌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 백광소재의 석회제조부문 매출은 617억원으로, 전체(956억원)의 64.5%를 차지했다. 회사의 주력인 이 사업은 경기부진 등의 여파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구제역 방역 특허를 보유한 체시스도 수혜주로 꼽혔다. 자동차 부품기업인 체시스는 방역작업에 쓰이는 소독제 등을 생산하는 넬바이오텍 지분을 17.6%를 보유하고 있다.

동물백신주도 대거 급등했다. 다만 이들 종목은 단기간에 수혜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치사율이 10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글벳, 진바이오텍, 우진비앤지, 제일바이오, 대성미생물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수산·닭고기株 반사이익 기대 커져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들에게 잔반(음식물류 폐기물)을 먹이는 관행이 발병의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사태로 잔반을 먹이는 사육 방식이 금지되면 친환경 사료주가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우성사료(상승률 29.73%), 미래생명자원(21.37%), 한일사료(23.28%), 팜스코(12.60%) 등이 급등했다. 하지만 전국 6300여 양돈 농가 중 잔반을 먹이는 곳은 257곳으로 4% 수준에 불과해 이들이 얻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긴급 살처분에 따라 돼지 공급량이 줄어들면 돼지가격이 올라 대체제의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 수요가 닭·수산물·오리 등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산물 가공 업체인 신라에스지, 닭가공업체인 하림과 마니커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수산물 가공업체인 동원수산과 CJ씨푸드는 각각 13.66%, 7.80% 상승했다. 오리 가공업체인 정다운도 상한가로 치솟았다.

대형 양돈업체인 선진(4.29%)과 팜스토리(20.36%)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은 대형 업체 중심으로 국내 양돈업계 재편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