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비상장 주식 등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2년 전 도입된 비상장주식 내부주문집행 업무가 대형 증권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시스템과 인력 등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수익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비상장주식 거래 허용했는데…증권사들이 외면하는 까닭은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8곳 중 비상장주식 내부주문집행 업무를 하는 증권사는 한 곳도 없다. 비상장주식 내부주문집행 업무는 증권사 내부에 한국거래소와 비슷한 매매시스템을 구축해 비상장주식을 고객과 직접 거래하거나 매수·매도를 중개하는 영업 행위를 뜻한다.

금융투자협회가 2014년부터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를 운영하고 있지만 매매체결 서비스의 다양성 등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의 일환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2017년 7월부터 종투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무 범위에 기업 신용공여, 헤지펀드 전담 중개업무 등과 함께 비상장주식 내부주문집행 업무를 추가했다.

하지만 대다수 종투사는 업무 신청 요건을 갖추고도 이를 외면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종투사로 지정된 하나금융투자도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해달라고 신청하면서 비상장주식 내부주문집행 업무는 허용희망 업무에서 뺐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상장주식 관련 업무도 돈이 안 되는 판국인데 그보다도 수요가 적은 비상장주식 매매에 증권사들이 뛰어들 리 만무하다”며 “비상장주식은 사고위험도 커 굳이 부담을 무릅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비상장인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들이 비상장주식 거래에 적극 나설 수 있게끔 적절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스템 구축과 인력 채용 등에 필요한 비용을 감안하면 개별 증권사가 비상장주식 거래소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많지 않다”며 “증권업계에서 설립을 논의 중인 대체거래소(ATS)에 비상장주식 거래도 허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