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바보가 아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대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파월 의장에게 “적군이냐, 아군이냐”고 하지를 않나 “중국이 적인지, 파월 의장이 적인지 모르겠다”며 “싸우기 싫으면 집에나 가라”고 하지를 않나….

상당히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대중은 실망하는 듯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바보가 아니다. 그렇다고 어디서 겁을 먹을 사람도 아니다. 특히 이번 중국과의 분쟁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던 것을 봤을 때 최근의 움직임엔 어떤 전략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제는 한결같았다. “금리를 내리라”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미국은 금리를 내리겠구나. 그것도 꽤 많이…’ 시장 참여자들의 이런 공통된 생각은 Fed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장기 금리를 하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으로 시장에선 모기지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현상이 벌어졌다. 원리금을 같이 변제하는 미국의 모기지 특성상 다시 대출을 받을 때는 매달 납입하는 원리금은 유지하는 선에서 차입금 자체를 늘리는 방식을 많이 택한다.

이를 리파이낸싱이라고 한다. 리파이낸싱이 늘어날 때 미국에서는 대체로 제조업 경기가 반등했다는 통계가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현상을 Fed가 만들어냈다. 지금은 Fed가 잘 움직이지 않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손 안 대고 코 풀기 위해 언론을 통한 강도 높은 비난에 나섰다고 본다.

여기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승자는 결국 오래 버티는 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00억달러어치 추가 관세 대상에 소비재가 많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2000억달러어치에 대해선 추가 관세를 미뤘다. 미국 국민의 지갑 사정을 얼마나 신경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Fed가 움직이지 않는 동안 언론 플레이를 통해 결국 장기금리 하락을 이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은 얻을 것을 얻을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시장을 지켜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만큼 투자자들이 신경쓰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분쟁도 머지않아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을까 한다. 오랫동안 지속된 한국 증시의 하락 국면도 마무리될 때가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