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악화는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엑소더스’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하루평균 증시 거래대금이 3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증권거래세수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4조38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1월(4조1117억원) 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올 5월에는 5조3828억원이었으나 지난달 4조6004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이달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상장사 실적 컨센서스가 계속 하향 조정되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했다.

정부의 세수 확보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부과해 걷은 돈은 6조2412억원으로 2017년(4조5083억원)보다 38.4% 늘었다. 작년 초까지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거래대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 수입 증가율이 전체 세수 증가율(10.7%)을 크게 웃돌면서 국세 총징수액에서 증권거래세 비중은 2017년 1.7%에서 지난해 2.1%까지 늘었다.

올해는 딴판이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증시 거래대금은 지난 26일까지 약 131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52조원)의 7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여기에 5월30일부터 증권거래세율이 0.05%포인트 하향 조정된 점도 감안해야 한다. 연말까지 지금 수준의 증시 거래대금 추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중도 인하된 세율을 적용한 올해 증권거래세 수입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조원(33%) 감소한 4조200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거래세율을 인하하면 거래대금이 늘어나 세수 감소분을 상당 부분 만회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생각보다 증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세수가 적게 들어올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