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펀드가 최근 석 달 새 17%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글로벌 증시가 숨고르기를 하는 사이 브라질 증시의 고공행진은 유독 눈에 띈다는 평가다. 브라질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졌던 연금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자 투자금이 급격히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금개혁 기대, 석 달새 17% 급등…'브라질 펀드' 비중 늘리기엔 부담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9개 브라질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26일 기준)은 16.9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2.47%)보다 7배 가까이 높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이 기간에 6.61% 손실을 봤다.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 개선은 브라질 증시의 고공행진에 따른 것이다. 작년 10월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뒤 연금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재정적자가 크게 줄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금개혁안 투표는 이르면 9월에 이뤄질 것”이라며 “브라질 증시는 연금개혁안 통과 지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분간 추가 투자하기보다 일부 차익을 실현하는 게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연금개혁에 대한 기대로 단기에 급등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2배다. 최근 2년간 평균치(11.6배)를 넘어섰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연금개혁으로 인한 경기개선 효과는 매우 긴 시간에 걸쳐 나타날 것”이라며 “경기지표가 회복될 조짐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때까지 비중확대 전략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브라질 경제가 내년에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2.1%보다 크게 낮다. 세자르 마스리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연금개혁 등 브라질 국내 상황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도 브라질 경제가 성장세를 회복하려면 연금 부문 외에 더 많은 경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S&P와 무디스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B-, Ba2로 유지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