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도 채권시장 강세…신흥국 투자 유망"
“각국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면서 저금리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럴 땐 글로벌 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어디로 이동하는지 눈여겨봐야 합니다. 해외채권 중에선 미 국채, 달러 표시 회사채, 달러 표시 아시아 채권, 유럽 하이일드 채권 등이 좋아 보입니다.”

김두영 NH아문디자산운용 글로벌투자 부문장(CIO·사진)은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채권이라고 하면 브라질 채권처럼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만 생각하지만, 안정적이면서 높은 캐리(이자 수익)를 얻을 수 있는 채권도 많다”고 말했다.

김 부문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외채권 전문가다. 한국투자공사(KIC)에서 10여 년간 해외채권을 운용했다. 그는 “대학 때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조선소에서 군함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로 일했다”며 “금융공학 대학원을 가면서 투자업계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과 KIC를 거쳐 2017년 NH아문디자산운용에 영입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해외채권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렸기 때문이다. 2017년 말 연 1.25~1.50%이던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말 연 2.25~2.50%로 높아졌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이를 반영해 연 3%를 돌파했다. 하지만 Fed가 금리 인상 중단에 이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시중금리가 급락했다. 상반기에 채권을 담았던 투자자들은 채권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하반기에도 채권시장 강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 부문장은 “Fed뿐 아니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렸거나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며 “채권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어떤 채권에 투자할 것이냐다. 그는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국채 금리는 더 낮아질 여지가 많지 않다”며 “선진국 국채 중에서는 미 국채가 가장 좋고, 저금리·유동성 랠리 환경이 펼쳐지면서 신흥국 채권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자금의 ‘수익률 추구’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익률 추구란 더 높은 금리를 좇아 글로벌 자금이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김 부문장은 “상반기에 채권 금리가 갑작스레 떨어졌지만(채권가격 상승) 실제로 채권을 담아 재미를 본 투자자는 많지 않다”며 “대규모 단기부동자금이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수익률을 좇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표시 회사채, 달러 표시 아시아 채권 등은 선진국 국채보다 금리가 높고,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차익도 기대된다. 이들 채권은 미국 국채 금리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하는 식으로 금리가 정해진다.

유럽 하이일드 채권도 괜찮은 투자처로 꼽힌다. 주로 유럽 은행들이 발행한 후순위채다. 표면 금리가 연 4% 수준이다. 부도 시 상환 순위가 뒤로 밀리는 후순위채지만,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은행들이 재무 건전성을 높여 위험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환헤지 프리미엄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김 부문장은 “국내 투자자가 달러 채권에 투자할 때 환헤지로 약 1.5%포인트 손실을 보고 시작하지만, 유로화 표시 채권은 1.5%포인트의 환헤지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할 때도 개인 투자자는 환헤지를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장기적으로 평균에 수렴하기 때문에 연기금과 보험사 같은 장기투자자는 환헤지를 안 해도 괜찮지만, 투자기간이 짧은 개인 투자자는 환헤지를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김 부문장은 “하반기에도 경기 둔화 우려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본 소비세 인상, 미·중 무역 협상 등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며 “경제가 나빠지면 결국 중앙은행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