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인하우스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본부를 분사하기로 했다. 헤지펀드 시장에서 신한금융투자와 교보증권이 선두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이 ‘분사 카드’를 내밀며 증권사 간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H헤지' 법인 신설…헤지펀드 '공격 앞으로'
NH투자증권 신설법인 설립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6일 ‘NH헤지’라는 이름의 신설법인을 설립했다. 자본금은 200억원으로 NH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주 금융감독원에 전문 사모운용사 라이선스를 신청했다.

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 본부장은 “오는 9월 말을 목표로 분사를 진행 중”이라며 “45명의 헤지펀드 본부 직원이 그대로 새로운 회사로 옮기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설법인 대표를 최종적으로 누구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16년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NH투자증권은 현재 7000억원 규모의 펀드 ‘NH앱솔루트리턴 전문사모투자신탁 1호’만 운용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다른 증권사 헤지펀드와 달리 열 가지 멀티전략을 사용하는 상품이다. 최소 가입금액이 50억원이며 개인은 가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49인 이하의 규정에서 자유로워 지금까지 개방형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신설법인인 NH헤지의 첫 번째 목표는 이 펀드의 수탁액을 1조원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1조원이 넘어서면 소프트클로징(판매 중단)을 하고 멀티전략 중 2~4가지만 사용하는 펀드를 새롭게 만들어 기관투자가들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간 경쟁 치열

NH투자증권이 헤지펀드 본부를 분사하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6년 6조5720억원이었던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 5월 31조6035억원으로 네 배 넘게 급성장했다.

신한금융투자와 교보증권 등도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로 덩치를 불려온 두 회사는 올해부터 상품을 다양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 헤지펀드 시장 1위(운용 잔액 기준)에 올라선 신한금융투자는 올 들어 대체투자, 주식 전문가 등 5명을 채용하고 관련 조직을 강화했다.

이달 레포전략(단기채권형) 펀드에 공모주를 가미한 공모주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3분기 안에는 롱쇼트전략, 메자닌, 기업공개(IPO) 등 멀티전략을 활용한 주식형 펀드도 선보인다. 최문영 신한금융투자 헤지펀드운용본부장은 “올해 안에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해외부동산, 인프라 펀드 등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역시 5월 미국 중소상공인들의 매출채권을 모아 유동화한 뒤 판매하는 대체투자펀드를 선보이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쌓은 주식형펀드 운용 성과를 바탕으로 관련 상품도 준비 중이다.

김창현 교보증권 사모펀드운용부장은 “채권과 함께 공모주를 담은 펀드를 출시해 350억원가량의 투자금을 모았다”며 “홍콩 등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펀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 시장이 갈수록 커져 증권사 간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