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이르면 내달 출범 예정인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운영 방안을 두고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막판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특사경 집무규칙에서 인지수사권을 빼라”는 금융위 요구에 금감원은 “특사경 활동 범위 제한을 명문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을 마련해 제정 예고했다.

집무규칙은 특사경 운영에 관한 기본원칙과 직무 범위, 조직 구성, 수사 절차 등을 담았다. 금감원은 특사경 조직 명칭을 ‘자본시장범죄수사단’으로 결정했다. 수사단은 원승연 금감원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 직속으로 두기로 했다.

특사경 자체적으로 사건을 인지해 수사하는 길도 열어뒀다. 집무규칙은 “특사경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에 관해 혐의가 있다고 인식한 때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검사의 수사지휘 등에 의해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가 인정된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을 인식한 때는 단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조문도 들어갔다.

금감원의 특사경 집무규칙 제정은 금융위와 특사경 운영 방안을 놓고 막판 협의가 진행되던 와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아무런 예고 없이 집무규칙을 기습적으로 내놨다”며 “특사경 조직 명칭은 물론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것 또한 전혀 합의된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검찰은 민간조직인 금감원이 특사경에 공권력 수준의 광범위한 인지수사권을 부여한 점을 문제 삼고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사경 활동 범위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선정한 긴급·중대(패스트트랙) 사건에 한정하기로 한 것은 이미 금융위와 검찰, 금감원 간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집무규칙에 특사경의 인지수사권을 명시해 놓은 것은 합의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특사경 실제 활동은 기관 간 합의를 존중해 패스트트랙 사건에 한정될 것”이라면서도 “집무규칙에 특사경 활동 범위 제한을 명문화할 경우 특사경에 폭넓은 인지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및 사법경찰관직무법 등 상위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양측이 특사경 활동 범위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특사경 출범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