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이행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량보유 공시제도(일명 ‘5%룰’) 개편의 밑그림이 나왔다. 상장회사에 임원 후보를 추천하거나 경영진 해임 등을 요구할 경우 공시의무를 완화해 주겠다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0일 개최한 ‘기관투자가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왼쪽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0일 개최한 ‘기관투자가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왼쪽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은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관투자가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금융위는 올해 초 5%룰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금융연구원에 맡겼다.

5%룰은 특정 주주가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해당 사실과 보유 목적·지분 변동 등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공시하는 제도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투자자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경영 참여)으로 해당 회사 주식을 5% 이상 신규 취득하거나 5% 이상 보유 기간에 1%포인트 이상 지분 변동이 발생하면 취득·처분일자와 가격 및 방법 등 구체적 사항을 5거래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개편안 초안은 기관투자가의 경영 참여 행위에 대한 공시 의무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의 경영 참여 행위를 기업의 지배사항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로 구분했다”고 했다. 이어 “기업의 지배권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목적의 행위에 대해서는 공시 의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주주제안, 주총소집 청구, 위임장 대결 등은 현행 공시의무가 적용되는 중대한 영향력 행사 행위로 분류됐다. 상장사에 이사 등 임원후보 추천, 임원 선임·연임 안건 철회, 경영진 해임 등을 요구하는 행위는 공시의무 완화가 가능한 ‘기타 일반적인 주주권 행사(일반투자)’로 판단했다.

일반투자 영역에 속한 주주권 행사에 대해선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5%룰 지분변동 공시 기한을 종전 5일에서 10일로 늘려잡았다. 연기금에는 아예 보고자 및 특별관계자별 보유 또는 변동주식 등의 종류, 수 등만 매월 약식으로 보고하도록 공시 의무를 대폭 풀어주는 내용을 담았다. 연기금은 중대한 영향력 행사 행위의 경우라도 5일 내 약식으로 보고하면 공시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봤다.

상장사 사이에선 기관투자가의 경영 참여 공시 의무가 완화되면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와 동시에 5%룰 개편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며 “과연 순수한 취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