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에 대한 두려움을 사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원화가치 하락)를 보이면서 외국인 이탈에 대한 두려움이 확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90원을 넘은 것은 2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른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 원화가 지나치게 약세를 보인 데는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 등 일시적 요인이 일부 작용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론 국내 경제 여건의 취약성이 반영돼 있다.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GDP)은 전기 대비 감소했다. 수출은 5개월 연속 줄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축소됐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확대 우려감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대,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북핵 리스크(위험) 등이 한꺼번에 영향을 미쳤다.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는 수익성 개선 효과를 주지만, 수입업체에는 구매력 약화로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이 국가경쟁력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환율 상승은 주식시장에 수익성 개선보다는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 수준) 하락 요인으로 더 크게 작용해왔다.

통상 원화 강세는 주가 강세로, 원화 약세는 주가 약세로 이어진다. 최근 원화 약세 국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자금 유출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4월 21일 1136원에서 5월 15일 1188원까지 급등하며 원화가치는 4.6% 평가절하됐다.

주식시장은 지난 15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말보다 5.03% 하락했다. 코스피지수가 단기 고점에 도달했던 4월 17일부터 5월 15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는 148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선물시장에서는 2만7000계약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연간으로 기간을 늘려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2000억원, 코스닥에서는 8832억원을 샀다. 종합적으로는 ‘사자’ 우위의 흐름이다. 결론적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은 앞으로도 경미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에 비해 과도하게 평가절하된 원화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으로도 자금유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은 외국인 엑소더스에 대한 두려움에 매도할 시점이 아니고, 오히려 매수에 나서야 할 때다.